"진돗개는 잡종" 지적에 발끈…이건희 회장, 진도행 짐 쌌다

입력 2023-09-20 15:20   수정 2023-09-20 15:35


1969년 어느 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은 부랴부랴 짐을 쌌다. 그러곤 곧장 전남 진도로 내려가는 차에 올라탔다. 진도에 도착한 그는 2박 3일 동안 진도 장터와 동네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진돗개 30마리를 사들였다.

이 선대회장의 진도행을 놓고 의아해하는 시선이 적잖았다. 그의 진도행은 "진돗개는 잡종견이고, 한국 토종개도 아니다"는 외부의 편견을 불식하기 위한 행보였다. 세계견종협회는 당시 확실한 순종이 없다는 이유로 진돗개를 한국 토종개로 등록해주지 않았다. 소문난 애견가인 이 선대회장은 이에 작심하고 진돗개 순종을 얻어 그 우수성을 알리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선대회장은 이렇게 들여온 30마리를 150마리로 늘려 결국 10년 만에 순종 한 쌍을 얻었다. 사육사와 하루 종일 연구하고 외국의 전문가들을 수소문해서 연구한 결과다.

삼성 안내견 사업이 30주년을 맞으면서 이건희 선대회장의 '동물 사랑'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가 기르는 진돗개는 1980년대 들어서는 300마리를 넘어서면서 순종률을 80%까지 올려놓았다. 이 선대회장의 노력은 곧 결실을 보았다. 1982년 세계견종협회는 진돗개 원산지를 한국으로 등록했다. 2005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애견 협회인 영국 견종협회인 '켄넬클럽'에 진돗개를 정식 품종으로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왕실의 지원을 받아 콧대가 높았던 컨넬클럽은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 진돗개를 '품종 및 혈통 보호가 잘 되어 있는 견종'으로 평가했다.

이 선대회장은 1975년에는 진돗개 애호협회를 설립해 초대 회장에 취임하며 진돗개 경연대회를 열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대형 냉장고를 1위 경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1993년부터는 세계적 애견대회인 크러프츠 도그쇼를 후원했다. 2013년 이 대회에서 진돗개 '체스니'가 최초로 출전해 입상하기도 했다.

이 선대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각별한 '동물사랑'에서 비롯했다. 중학생 때부터 반려견을 기른 그는 직접 목욕시키고, 한방에서 잠을 잘 만큼 애정을 쏟았다. 한때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200마리 이상의 반려견을 돌보기도 했다.

그의 행보는 이른바 ‘덕업일치’(좋아하는 일과 생업의 일치)의 표본으로 통하기도 한다. 이 선대회장은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를 통해서도 이 같은 덕업일치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에세이에서 "나는 아무리 취미생활이라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깊이 연구해서 자기의 특기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거기에 취미를 통해서 남을 도와줄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일 것"이라고 적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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